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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유산

디지털 유산을 둘러싼 세대 간 가치관 차이

by 또랑알 2025. 6. 30.

현대 사회는 온라인에서의 삶이 오프라인 못지않게 중요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개인의 추억, 감정, 관계, 지식, 자산이 모두 디지털 형태로 저장되며, 사망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 이렇게 축적된 개인의 기록과 자산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디지털유산’**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유산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뤄야 하는지를 두고는 세대 간의 인식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젊은 세대는 디지털 기록을 자신의 정체성 일부로 여기며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기성세대는 이를 사적인 영역 혹은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디지털유산을 보존할 것인가, 삭제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가족 간 갈등이나 사회적 논쟁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각 세대는 디지털유산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왜 그러한 가치관 차이가 생겨났을까?

디지털 유산을 둘러싼 세대 간 가치관 차이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디지털유산 – 불필요하거나 위험한 것

60대 이상 기성세대는 대부분 디지털 기술이 성인 이후에 도입된 세대다. 이들은 기억을 머리로 저장하고, 감정을 말과 글로 전하며, 자산은 서류로 관리하던 시대를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유산이라는 개념에 대해 익숙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경우 이를 생소하거나 ‘무형의 자산’ 정도로만 인식한다.

또한 기성세대는 디지털 기기의 보안 위협이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그래서 사망 이후 온라인에 남겨질 자신의 흔적이 오히려 위험 요소가 된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내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면 어떡하나”, “죽은 사람이 남긴 계정이 해킹당할 수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

또한 디지털유산을 관리하거나 남기려는 행위 자체를 사치스럽거나 과도한 자기 연출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죽고 나면 다 소용없다”, “계좌나 정리하면 됐지, SNS까지 유언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인식은 디지털유산을 ‘지워야 할 것’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생전에 정리하거나 미리 준비하지 않도록 만든다.
결국 기성세대는 디지털유산에 대한 법적, 감정적, 기술적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남겨진 가족에게 큰 부담을 안기기도 한다.

 MZ세대의 인식 – 디지털 공간이 곧 삶의 기록

20~40대 MZ세대는 디지털 기술과 함께 성장해온 세대다.
이 세대에게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디스코드, 클라우드 메모장이 곧 자신의 삶과 사고의 흔적이자 정체성의 일부로 작용한다.
그래서 디지털유산을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자기 자신에 가까운 무형의 유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MZ세대는 ‘디지털 불멸성’에 대한 감각이 뚜렷하다.
어릴 적 쓴 글, 친구와 찍은 셀카, 여행 영상, 온라인 게임 기록 등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성장, 관계, 감정의 축적물이 된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디지털유산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때로는 디지털 유언을 통해 자신의 계정, 사진,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지까지 고민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온라인 추모 문화에도 익숙하다. 친구가 사망했을 때 SNS에 글을 남기거나, 프로필 사진을 추모용으로 바꾸는 문화는 MZ세대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애도 방식이다.
이들은 ‘온라인 공간에서도 애도의 정서를 공유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디지털유산의 존재 가치를 더욱 높게 만든다.

결국 MZ세대에게 디지털유산은 죽음 이후에도 자신의 존재가 잊히지 않고 기억될 수 있는 수단이며, 때로는 디지털 불멸성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세대 간 갈등과 단절 – 디지털유산을 누가 결정할 것인가?

디지털유산을 둘러싼 가치관의 차이는 단순한 관점의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사망 이후 고인의 디지털 흔적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두고 실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MZ세대 자녀는 부모가 남긴 블로그나 이메일, 사진을 보존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생전에 이를 삭제하길 원하거나, 남겨진 디지털 자산에 대한 명확한 유언을 남기지 않는다.
이럴 경우 가족 간의 의견 충돌이 생기고, 나아가 사망자의 디지털유산이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부모 세대는 “죽고 나면 알아서 처리하라”는 입장을 취하지만, 실제로는 로그인 정보, 접근 방법, 자산 내역 등이 전혀 공유되지 않아 자녀가 수천만 원어치의 디지털 자산을 놓치거나 잃어버리는 사례도 많다.
암호화폐, 디지털 저작권, 온라인 비즈니스 계정 등은 생전에 관리하지 않으면 사후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사망자의 계정을 SNS에서 삭제할지 유지할지에 대한 판단도 가족 간 의견이 갈릴 수 있다.
누군가는 “더 이상 고인의 흔적을 보기 힘들다”며 삭제를 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 공간에서 계속 그를 기억하고 싶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세대 간 인식의 간극은 디지털유산을 둘러싼 현실적인 갈등의 원인이 된다.

세대 간 인식 차이를 좁히기 위한 방향 – 새로운 죽음 문화 교육이 필요하다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유산에 대한 공통된 이해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이 필요하다:

① 가족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가족끼리도 죽음에 대해 말하기 어려워하지만, 디지털유산에 대한 정리나 유언은 더더욱 회피되는 주제다.
하지만 디지털유산은 생전에 정보가 공유되어야만 실질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족끼리 한 달에 한 번 디지털 자산 목록을 점검하고, 클라우드에 공유된 파일을 함께 관리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② 디지털 유언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디지털유산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디지털 유언 툴이나 템플릿을 보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고령층에게도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며, 모바일이나 웹 기반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③ 공공 차원의 교육과 법제화가 필요하다.
교육청, 지자체, 복지기관 등에서 디지털 죽음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한다면, 디지털유산에 대한 세대 간 인식 격차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는 디지털유산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유언이나 상속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결국, 세대 간 인식의 차이는 대화 부족제도 미비에서 비롯된 문제이며, 이 두 축을 보완함으로써 디지털유산은 세대를 연결하는 새로운 기억의 매개체로 발전할 수 있다.

결론 :디지털유산은 단지 데이터의 집합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정체성, 감정, 기억, 그리고 관계를 담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유산이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시선은 세대마다 확연히 다르다.
기성세대는 아직 디지털유산의 가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MZ세대는 이를 자신의 일부로 간주한다.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족 간의 대화, 사회적 교육, 법적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

디지털유산은 이제 기억을 저장하는 기술을 넘어서, 세대 간 소통을 유도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다음 세대의 기억 방식과 죽음 문화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