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매일 온라인에 무언가를 남긴다. 블로그에 일기 형식의 글을 쓰고, SNS에 사진을 올리며, 유튜브에 영상을 게시한다. 이러한 디지털 콘텐츠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개인의 정체성과 감정, 창작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사람이 사망한 뒤, 남겨진 이 콘텐츠들의 소유권과 관리권한이 어떻게 처리되는가에 있다. 디지털 공간에 남겨진 글과 사진, 영상은 누군가에게는 추억일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저작권이라는 명확한 권리와 연결된 자산이다.
사람들은 흔히 물리적인 유산—예금, 부동산, 자동차 등만을 상속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온라인에 남은 콘텐츠 역시 법적으로는 ‘저작물’로 분류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사후에도 상속 또는 보호의 대상이 된다. 블로그 글 한 편도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를 받을 수 있고, SNS 사진 한 장도 본인의 창작물이라면 사후에도 그 권리는 유지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러한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에 대해 거의 논의하지 않고 있으며, 법적인 인식도 아직 부족하다. 플랫폼 회사들 역시 사망자의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이나 관리 권한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사망자의 블로그와 SNS 콘텐츠는 누가 소유하는지, 저작권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개인이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사망자의 콘텐츠도 저작물이다: 저작권의 기초 개념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에게 일정한 권리를 부여한다. ‘저작물’이란 창작자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글, 사진, 그림, 영상, 음악 등 매우 광범위한 범주를 포함한다. 중요한 점은, 이 저작권은 창작자가 사망하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 유지된다는 것이다.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권 보호 기간은 창작자 사망 후 70년간 유지된다. 즉, 한 개인이 블로그에 쓴 글이나 찍은 사진도 창작성이 인정되면 사후 70년간은 여전히 해당 창작물의 저작권자가 존재하게 된다. 이 권리는 법적으로 상속이 가능하다. 즉, 자녀나 배우자, 법적 상속인이 저작권을 승계받을 수 있으며, 무단 사용 시 법적 대응도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블로그나 SNS에 올린 글과 사진이 ‘공공재’처럼 처리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온라인에 게시되었다고 해서 저작권이 포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플랫폼 이용약관은 저작권은 이용자에게 있으며, 플랫폼은 단지 서비스 제공자일 뿐이라고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사망자의 콘텐츠도 법적으로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상속자에게 해당 권리와 책임이 이전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유산 중에서도 특히 법적 분쟁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플랫폼의 약관은 저작권을 대체할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부분 중 하나는 ‘플랫폼이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약관’이라는 내부 규정에 따라 계정과 콘텐츠를 관리하지만, 약관은 법률을 우선할 수 없고, 저작권 자체를 무효화하거나 강제 양도하는 효력을 갖지 못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구글 계정 등 대부분의 플랫폼은 사용자의 저작권을 인정하며, 단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용권만 플랫폼 측에 부여한다는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플랫폼에 게시된 콘텐츠의 원 저작권은 여전히 작성자에게 있으며, 사망 이후에도 상속 대상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사망자의 계정에 접근할 수 없을 경우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본인 인증’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상속자라 하더라도 계정에 접근하려면 사망 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상속인 증빙 서류 등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저작권은 존재하지만, 콘텐츠를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플랫폼이 계정을 일정 기간 후 삭제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 대상임에도, **물리적으로 접근 불가능한 ‘유령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플랫폼의 약관과 저작권법 사이의 미묘한 충돌에서 발생하며, 결국 개인의 사전 설정 또는 법적 장치 없이 보호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망자 콘텐츠 무단 활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
디지털 콘텐츠는 쉽게 복사되고 배포된다. 특히 사망한 개인의 콘텐츠는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더 자주 무단으로 사용되거나 도용되는 일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고인이 작성한 블로그 글을 누군가 자신의 글인 것처럼 복붙하거나, SNS에 올린 사진을 다른 사람이 자신의 콘텐츠로 재사용하는 행위 등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실제로 이런 문제는 상속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되며, 콘텐츠가 상업적으로 활용되었다면 금전적 보상도 청구 가능하다. 저작권법은 사망 후에도 유족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침해 시에는 민사소송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있다. 사망자의 콘텐츠가 분산되어 있거나, 콘텐츠의 원본을 유족이 보관하고 있지 않다면 침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또한, 상속인이 저작권 상속을 받았다는 법적 절차가 명확히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플랫폼도 별도로 대응해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디지털 유산에 대한 저작권 분쟁은 ‘권리는 있으나, 실행은 어려운’ 구조에 빠지기 쉽다.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전에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유언장 혹은 별도의 문서로 저작권 관련 권리 이전 대상자와 처리 방식을 명시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저작권 중심의 디지털 유산 정리를
개인의 준비 전략
디지털 유산 중 저작권은 특히 복잡하고 민감한 영역이므로,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창작한 콘텐츠의 목록을 정리하는 것이다. 블로그 글, 유튜브 영상, SNS 사진 등은 어떤 플랫폼에, 어떤 계정으로 올려져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리스트로 정리해두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각 콘텐츠의 보관 장소와 원본 파일 위치, 그리고 해당 계정의 로그인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비밀번호를 직접 알려주는 것은 보안상 위험하므로, 비상 접근용 USB 또는 비공개 문서로 정리해 두고, 신뢰할 수 있는 가족에게 그 존재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
또한, 디지털 유언장에 저작권 관련 조항을 반드시 포함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콘텐츠는 삭제를 원할 수도 있고, 어떤 콘텐츠는 자녀에게 물려주기를 바랄 수도 있다. 이를 명확히 해두면, 사망 이후 가족이 혼란 없이 대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디지털 콘텐츠는 사라지는 데이터가 아니라, 남겨지는 자산이다. 특히 창작물의 경우, 저작권이라는 명확한 법적 권리로 이어지기 때문에, 나의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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