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인간의 삶에 깊숙이 들어온 지 20년, 이제 사람들은 현실 세계뿐 아니라 디지털 공간 속에도 수많은 흔적을 남긴다.
SNS 계정, 클라우드 속 사진, 이메일, 온라인 은행 계좌, NFT와 같은 디지털 자산까지.
이 모든 것은 사망 이후에도 '남겨지는 유산'이 된다.
하지만 이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국가마다 기준이 다르며, 특히 미국과 유럽은 서로 다른 법적 접근 방식을 보인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유산에 대한 세계적인 흐름과 함께 미국과 유럽의 실제 사례 및 법적 체계를 비교하여, 향후 우리가 준비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디지털 유산의 정의와 세계적 인식 변화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이란, 사용자가 생전에 인터넷, 디지털 기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남긴 모든 디지털 자산과 흔적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단순한 텍스트와 사진뿐 아니라, 이메일, SNS 계정, 온라인 금융 자산, 구독 서비스, 클라우드 문서, 암호화폐, NFT까지 포함된다.
과거에는 사망자가 남긴 재산이 부동산, 예금, 보험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디지털 상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도 관리와 상속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디지털 유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와 플랫폼 기업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법률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유산에 대한 법적 관리 체계는 아직 정립 중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이 문제에 선제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각기 다른 방향에서 체계를 마련해가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 유산 관리 체계와 실제 사례
미국은 디지털 자산 상속 문제에 대해 가장 빠르게 대응한 국가 중 하나다.
특히 2015년, ‘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 (FADAA)’, 즉 "디지털 자산 접근 권한법"이 주정부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 법은 사망자의 유언에 따라 합법적인 상속인 또는 법적 대리인에게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의 핵심은 플랫폼 기업(Facebook, Google 등)보다도 법적 상속권자의 권리를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미국 내 디지털 유산 관리 방식 특징
법적 대리인에게 명확한 접근 권한 부여
상속자는 고인의 이메일, 사진, 문서, 온라인 계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법원 명령을 받을 수 있다.
유언장 내 ‘디지털 자산 관리자’ 지정 가능
사망자는 생전에 디지털 자산을 관리할 사람을 지정할 수 있으며, 이 지정자는 FADAA에 따라 합법적인 권리를 가진다.
실제 사례
2017년, 한 아버지가 사망한 아들의 Apple ID에 접근하지 못해 사진을 되찾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Apple, Google은 ‘계정 무활성화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 기능을 강화하게 되었다.
Facebook 추모 계정 제도
사용자가 생전에 ‘유산 연락처’를 지정하면, 사망 후 그 계정은 ‘기념 계정’으로 전환되어 관리가 가능하다.
미국은 법률 제도와 플랫폼 기능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여 디지털 유산의 상속과 접근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유럽의 디지털 유산 접근법과 특징
유럽은 미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디지털 유산 문제를 접근한다.
기본적으로 유럽연합(EU)은 **GDPR(일반 개인정보 보호법)**을 기반으로 ‘개인의 사후 개인정보 보호’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즉, 유족의 접근 권리보다, 고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우선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는 디지털 유산의 상속이 다소 보수적이고 엄격하게 다뤄진다.
유럽 내 디지털 유산 관리 방식 특징
GDPR 적용 범위에 사망자의 정보도 포함
일부 국가(예: 독일, 프랑스)는 고인의 개인정보를 상속 대상이 아닌 보호 대상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유족이라 해도 일정한 법적 절차 없이는 디지털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
독일 사례
독일 연방대법원은 2018년, Facebook 계정을 상속재산으로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고인의 계정에 남긴 메시지와 사진은 자녀에게 상속된다는 법적 판례를 만들었다.
이는 ‘디지털 유산 = 물리적 유산’이라는 법적 인정을 의미한다.
프랑스 사례
프랑스는 고인의 디지털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생전에 명시적인 동의가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계정 접근이 제한된다.
플랫폼과의 협력 부족
유럽의 개인정보 보호 기준이 엄격하다 보니, Google, Facebook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법원이나 유족 요청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유럽은 ‘사망 후의 프라이버시’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체계를 통해, 디지털 유산을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 vs 유럽 비교 및 시사점
미국과 유럽의 디지털 유산 관리 체계는 철학부터 다르다.
중심 가치 | 상속인의 권리, 유산의 실질적 이전 | 고인의 개인정보 보호, 프라이버시 중심 |
접근 방식 | 법적 대리인 지정 중심 | 생전 동의 필요 중심 |
주요 법령 | FADAA (디지털 자산 접근권 보장) | GDPR (개인정보 보호 최우선) |
판례 경향 | 상속 우선 인정 | 보호 우선, 제한적 허용 |
플랫폼 협력 | 플랫폼과 제도 병행 운영 | 플랫폼과 법적 충돌 다수 |
이 비교에서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디지털 유산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권리, 기억, 프라이버시가 걸린 철학적·법적 이슈다.
국가마다 가치 기준이 다르므로, 국제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글로벌 플랫폼에 대응하려면 최소한의 국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개인은 생전에 디지털 유산 관리 방안을 직접 세워야 한다.
미국처럼 유산 관리자를 지정하거나, 유럽처럼 데이터 접근 조건을 명확히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마무리 요약
디지털 유산은 이제 현대 사회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주제다.
미국은 법적 상속 체계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디지털 자산 이전을 중시하고,
유럽은 고인의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으로 삼는다.
이 두 가지 접근법은 상반되지만 모두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
우리가 디지털 유산 시대를 살아간다면, 국가 제도와 플랫폼에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디지털 생애의 마무리를 설계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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