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부동산, 메타버스 자산도 유산이 될 수 있을까? – 디지털 유산의 새로운 영역
누구나 사망 이후를 준비하지만, 2025년을 사는 우리는 더 이상 유산을 '부동산'이나 '현금 자산'에만 한정해 이야기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땅을 사고, NFT 자산을 만들고, 아바타로서 활동하면서 ‘디지털 자산’을 늘려가고 있다. 과연 이러한 가상 공간 속의 자산은 사망 이후에도 유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은 이제 단순히 SNS 계정이나 이메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메타버스, NFT, 디지털 화폐, 온라인 콘텐츠, 클라우드 속 기록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가치’를 지닌 자산들로 확장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유산의 정의부터 시작해, 메타버스 자산의 상속 가능성, 법적 쟁점, 그리고 우리가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폭넓게 살펴본다.
디지털 유산의 개념과 변화: 단순 계정에서 자산으로
디지털 유산이란, 개인이 생전에 온라인상에 남긴 모든 디지털 흔적과 자산을 의미한다. 초기에는 주로 이메일, 블로그, SNS, 클라우드 저장소 등이 포함되었지만,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의미는 훨씬 넓어졌다. 2025년 현재 디지털 유산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 포함된다:
-메일, 클라우드 파일, 사진, 영상 등의 기록물
-소셜미디어 계정 및 플랫폼 활동 이력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의 크리에이터 수익과 채널
-암호화폐, NFT, 디지털 금융 자산
-게임 아이템, 유료 계정, 디지털 콘텐츠 구독 권리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보유 중인 가상 부동산 및 아바타 자산
이처럼 디지털 유산은 점점 더 실질적 자산 가치를 지닌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상속과 세금의 관점에서 이 자산들이 실물 유산처럼 취급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죽음을 대비할 때, 오프라인 자산뿐 아니라 온라인 자산도 정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메타버스 속 가상 부동산, 진짜 ‘자산’인가?
2023년과 2024년을 거치며 ‘가상 부동산’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Decentraland, The Sandbox, Roblox와 같은 플랫폼에서는 현실처럼 땅을 사고팔 수 있고, 건물을 짓고, 임대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이 가상 부동산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하여 NFT로 소유권을 증명받기 때문에, 실물 부동산처럼 ‘소유’를 명확히 주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는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이 ‘법적으로 유산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이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는 가상 자산에 대한 상속법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이용자 사망 시 자산의 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없거나, 플랫폼 자체 약관에 의해 처리된다. 그러나 NFT 형태로 개인 지갑에 저장된 가상 부동산의 경우, 그 지갑의 접근 권한(비밀번호, 시드 구문 등)을 상속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면 상속이 가능하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결국, 메타버스 자산은 기술적으로는 상속 가능한 구조이지만, 법적/제도적 명확성은 아직 미비하다. 따라서 사망 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남은 가족이 해당 자산을 인식하거나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디지털 자산 상속의 법적 문제와 현실 사례
디지털 자산은 여전히 법률상 ‘모호한 존재’로 남아 있다. 한국 민법은 유산의 범위를 ‘재산적 가치가 있는 일체의 것’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디지털 자산을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진 않다. 그 결과, 실제로 가족이 사망자의 디지털 자산을 회수하려 할 때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법적 권한 부족: 사망자의 계정 접근을 시도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음
-플랫폼 약관 제한: 구글, 메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은 대부분 계정 소유자의 사망 시, 계정을 ‘삭제’하거나 일정 기간 이후 자동 폐쇄하도록 되어 있음
-비밀번호 및 인증 이슈: 비밀번호, 2차 인증 기기 등이 없을 경우 자산 회수가 불가능
예를 들어,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사망하고 나서도 채널이 계속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가족은 계정 접근 권한이 없어 수익을 회수하지 못했던 사례가 있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암호화폐 지갑의 소유자가 사망하면서 시드 구문이 함께 사라져, 30억 원 상당의 자산이 영구히 접근 불가능해진 일이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국가는 디지털 유산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플랫폼 측에서도 ‘디지털 상속 관리자’ 지정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부분이 사용자 개인의 준비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디지털 유서와 사전 관리의 중요성
디지털 유산을 안전하게 남기기 위해서는 ‘디지털 유서’를 작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디지털 유서란, 사망 이후 자신의 디지털 자산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상속받을지에 대한 의사를 미리 기록한 문서다. 이 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각 플랫폼의 계정 목록과 로그인 정보
-암호화폐 지갑 주소 및 시드 구문 보관 장소
-메타버스 자산의 위치와 소유 정보
-유튜브, 블로그 등 콘텐츠 채널의 수익 구조 및 관리 방법
-상속인 지정 및 자산 분배 방법
이와 더불어, 2단계 인증 기기의 백업 방법, 비밀번호 관리자 앱 활용, 클라우드 파일 정리 등 디지털 자산 정리 습관도 병행해야 한다.
또한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주요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사망 시 계정 관리자 지정 기능’을 활용하면, 사후 처리에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자산도 유산으로 인식하고, 실물 자산처럼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태도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준비되지 않은 이들에게 불행한 디지털 사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마무리: 가상의 것들도 현실의 자산이 된다
가상 부동산과 메타버스 자산은 이제 더 이상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게임 속의 소품’이 아니다. 이들은 실제 돈이 오가는 거래의 대상이며, 인간의 삶과 죽음 이후까지 영향을 미치는 디지털 유산의 핵심 축이 되고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의 자산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가치는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 각자는 이제 ‘디지털 사후 세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