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유산

디지털 유산의 시대:구글, 애플 등의 ‘사망 시 계정 처리 정책’ 분석

또랑알 2025. 6. 30. 03:00

현대인의 삶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더 많이 저장된다. 메일, 사진, 영상, 메신저, 일정, 문서, 심지어 자산까지—이 모든 디지털 정보는 사망 이후에도 남아 있게 되며, 이는 이제 ‘디지털 유산’이라는 개념으로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고인이 된 이후 이 계정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문제다. 유족 입장에서는 고인의 디지털 유산을 정리하거나 보존하고 싶어도, 플랫폼마다 정책이 다르고, 절차도 복잡하여 접근 자체가 어렵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플랫폼들은 사망자 계정 처리에 대해 나름의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 적용 방식은 서로 다르고 접근성에도 차이가 있다.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글로벌 플랫폼들의 ‘사망 시 계정 처리 정책’을 분석하고,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실제적인 관점에서 비교해본다.

디지털 유산의 시대:구글, 애플 등의 사망 시 계정 처리 정책 분석

구글(Google)의 사망자 계정 처리 정책 – Inactive Account Manager

구글은 디지털 유산 개념을 가장 먼저 제도화한 글로벌 플랫폼 중 하나다.
구글은 사망자를 포함한 장기 미사용 계정에 대한 처리를 위해 **‘비활성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라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일정 기간 동안 구글 계정을 사용하지 않으면 사전에 지정한 연락처에게 계정 정보 일부 혹은 전부를 공유하거나 삭제하도록 설정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주요 특징:

사용자가 사망 전 ‘비활성 기준 기간’(예: 3개월, 6개월 등)을 설정

 

특정 이메일 주소(최대 10명)에게 계정 접근 권한 부여 가능

 

공유 범위: 메일, 사진, 구글 드라이브 문서, 유튜브 등 개별 설정 가능

 

선택적으로 계정을 자동 삭제할 수도 있음

 

이 정책은 생전에 본인이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매우 진보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기능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매우 적고, 설정도 사용자의 자발성에만 의존한다는 점이다.

또한, 비활성 계정 관리자를 설정하지 않았을 경우, 사망자 계정은 유족이 신청하더라도 쉽게 접근이 불가능하다.
법적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그마저도 구글의 판단에 따라 일부 정보만

제한적으로 제공되거나 거부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구글은 디지털 유산에 대해 생전 관리 중심의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지만, 사용자 인식이 낮고, 사후 대응은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존재한다.

애플(Apple)의 디지털 유산 연락처(Digital Legacy)

애플은 비교적 늦게 디지털 유산 개념을 도입했지만, iOS 15부터 매우 체계적인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바로 ‘디지털 유산 연락처(Digital Legacy Contact)’ 기능이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사망할 경우, 지정된 유산 연락처(Legacy Contact)가 애플 ID에 저장된 데이터를 열람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기능이다.

주요 특징:

iOS 15 이상, macOS Monterey 이상 기기에서 설정

 

유산 연락처는 애플 사용자 혹은 비사용자도 지정 가능

 

고인이 사망한 후, 사망진단서와 접근 키를 제출하면 계정 접근 허용

 

제공되는 데이터: 사진, 메모, 이메일, 아이클라우드 문서, 메시지 등

 

비밀번호나 결제 정보는 공유되지 않음

 

애플은 디지털 유산에 대해 사용자 중심적이면서도 법적 절차를 인정하는 하이브리드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접근 키(Key)가 사전에 발급되기 때문에, 고인이 생전에 명확히 설정한 경우 유족은 번거로운 법적 절차 없이도 계정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 계정을 생전에 설정하지 않았다면, 계정 복구는 매우 어려워진다.
법원 명령이 있어도 접근이 보장되지 않으며, 애플은 사망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절대 우선시하는 정책을 취한다.

즉, 애플은 디지털 유산을 생전에 미리 관리하면 유족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사후 요청에는 매우 엄격하다는 특징이 있다.

메타(Facebook)의 사망자 계정 기념 기능(Memorialization)

페이스북은 ‘디지털 사망’을 다루는 데 있어 가장 선도적인 정책을 갖춘 플랫폼 중 하나다.
페이스북의 기념 계정(Memorialized Account) 기능은 사망자의 계정을 보존하되, 가족이나 친구들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전환해준다.

 주요 특징:

사용자 생전에 ‘지정 관리자(Legacy Contact)’ 설정 가능

 

사망 이후 계정이 ‘기념 계정’으로 전환됨

 

친구들은 게시물을 남길 수 있으며, 프로필에 ‘추모 중’ 표시가 붙음

 

관리자에게는 친구 요청 승인, 프로필 사진 변경, 추모 글 고정 권한이 있음

 

메시지 열람, 로그인 권한은 없음

 

이 기능은 단순한 접근 권한 이상으로, 디지털 유산을 온라인 추모 공간으로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둔 정책이다.
페이스북은 사망자가 생전에 아무런 설정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유족이 사망진단서 등 서류를 제출하면 계정을 기념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유족이 고인의 콘텐츠를 내려받거나, 메시지를 열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고인의 사생활 보호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페이스북은 디지털 유산을 ‘공적 기억’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동시에, 고인의 권리를 강하게 보호하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및 기타 플랫폼 비교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이나 애플에 비해 디지털 유산에 대한 명확한 관리 시스템이 부족한 편이다.
아웃룩 이메일, 원드라이브, 윈도우 계정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망자 계정 접근에 대한 통일된 시스템은 제공하지 않는다.

 

현행 주요 정책: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망자의 계정 접근 요청을 수용하긴 하지만, 법원 명령서(Court Order) 없이는 정보 제공 불가

 

유족이 고인의 윈도우 PC를 열 수 있는 권한은 별도로 보장되지 않음

 

개인 설정된 비밀번호나 인증 수단은 회사 측에서 복구해주지 않음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디지털 유산을 상속 자산으로 보기보다는 **사망 시 보호해야 할 ‘폐쇄형 정보’**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외에도 인스타그램, 트위터(X), 링크드인,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들도 각각의 사망자 정책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은 삭제 요청 중심의 최소한의 절차만 제공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의 경우에는 사망자 계정 정보를 유족에게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디지털 유산을 온전히 넘겨받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결론: 디지털 유산을 지키기 위한 생전 설정의 중요성

위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글로벌 플랫폼들은 디지털 유산을 존중하면서도 고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매우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 대부분은 생전에 유산 관리 설정을 해둘 것을 강력히 권장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유족의 요청도 거절하거나 제한적인 정보만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유산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한 사람의 생애 기록이고 사회적 자산이다. 그러나 그 자산은 생전 설정이 없으면 법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전달이 단절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개인은 자신의 디지털 자산 목록을 정리하고, 주요 플랫폼에서 유산 연락처나 비활성 계정 관리 기능을 설정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리 준비된 디지털 유산은 유족에게 혼란을 줄여주고, 고인의 삶을 존중하는 마지막 방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