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디지털유산

디지털 장의사란? 새롭게 떠오르는 직업

by 또랑알 2025. 7. 13.

 

디지털 장의사

 

 

과거에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가족이나 지인들이 남은 유품을 정리하는 것으로 애도를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디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는 단지 물리적인 물건만을 남기지 않습니다. 소셜미디어, 블로그, 클라우드 저장소, 유튜브 영상, 각종 커뮤니티 활동 기록 등, 사망 이후에도 온라인에 남아 있는 흔적들은 ‘디지털 유산’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디지털 장의사’라는 새로운 직업입니다. 죽은 사람의 온라인 흔적을 대신 정리하고 삭제하는 이 직업은, 단순한 IT 서비스 이상으로 인간의 죽음과 삶, 그리고 기억에 대한 윤리적·사회적 질문을 던지며 빠르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장의사란 무엇인가?

- 디지털 장의사의 정의와 등장 배경

 

‘디지털 장의사(Digital Undertaker)’란, 사망한 사람의 온라인 기록을 삭제하거나 정리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유족이나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고인의 SNS 계정, 블로그, 이메일,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 등을 삭제하거나 비공개 처리합니다. 때로는 정리된 데이터 중 일부를 유족에게 전달하기도 합니다.

이 직업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디지털 유산’의 급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현대인은 하루에도 수십 개의 디지털 활동을 기록하며 살아갑니다. 따라서 사망 이후에도 온라인에는 개인의 사생활, 사진, 영상, 글 등 다양한 흔적이 남게 됩니다. 이 흔적들은 사망자의 명예를 해칠 위험이 있거나, 유족에게 큰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고인의 온라인 흔적을 정리해주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디지털 장의사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 유산 증가와 함께 성장하는 산업

 

-왜 사람들은 디지털 흔적을 지우고 싶어할까?

 

2010년 이후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SNS, 블로그, 커뮤니티 등의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수많은 개인정보를 온라인상에 기록하게 되었고, 이는 개인의 사망 후에도 고스란히 남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디지털 흔적들이 사망 후에는 ‘통제 불가능한 정보’가 된다는 점입니다. 고인의 과거 게시물 중 일부는 민감한 내용일 수도 있고, 원치 않게 외부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유명인의 사망 이후 과거 트윗이나 유튜브 영상이 재조명되면서 논란이 된 사례는 여러 번 있었습니다.

또한, 남겨진 가족 입장에서도 고인의 디지털 흔적을 매일 접하게 되는 것은 정서적으로 큰 부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고인이 남긴 온라인 계정을 정리하거나 삭제하는 데 전문적인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고, 그 요청을 수행하는 직업군이 바로 디지털 장의사입니다.

 

디지털 장의사가 하는 실제 업무

 -SNS 삭제, 클라우드 정리, 고인 계정 폐쇄 등

디지털 장의사의 주요 업무는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작업을 수행합니다:

  • SNS 계정 삭제: 고인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 계정을 플랫폼 정책에 따라 비활성화하거나 삭제 신청
  • 클라우드 정리: 구글 드라이브, 아이클라우드, 네이버 클라우드 등에 남아있는 파일들을 다운로드 후 정리 및 삭제
  • 이메일 계정 폐쇄: 이메일 계정을 폐쇄하거나 중요한 정보만 분리해서 유족에게 전달
  • 블로그/유튜브 콘텐츠 관리: 고인의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을 비공개 처리하거나 콘텐츠를 정리
  • 개인정보 보호 대응: 고인이 가입한 각종 웹사이트, 쇼핑몰, 커뮤니티의 가입 정보 정리

이 외에도 사망자의 요청에 따라 생전 작성해둔 디지털 유언장을 바탕으로 계정을 특정인에게 이관하거나, 일부 데이터만 선별해 유족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단순한 IT 기술자가 아니라, 심리 상담가이자 법률 가이드 역할까지 겸하는 멀티 직업인 셈입니다. 가족과의 충분한 소통, 고인의 사생활 보호, 개인정보 관련 법률 이해 등 복합적인 역량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장의사의 미래 전망과 사회적 논의

 

 -윤리, 법률, 그리고 새로운 시장으로의 가능성

디지털 장의사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등에서는 이미 전문 업체들이 활동 중이며, 관련 자격증이나 교육과정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장의사라는 이름 대신 ‘디지털 유산 관리자’ 또는 ‘디지털 정리 컨설턴트’라는 명칭도 사용됩니다.

그러나 이 직업이 사회적으로 완전히 정착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개인정보 보호법과의 충돌: 고인의 계정을 유족이 삭제하거나 열람할 때 법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디지털 유언의 법적 효력: 생전에 고인이 남긴 디지털 유언장이 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합니다.
  •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문제: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플랫폼 회사들이 어디까지 고인의 정보를 유족에게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합니다.
  • 윤리적 문제: 고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어디까지 존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유산법’과 같은 법률의 제정이 시급하며, 이와 동시에 디지털 장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보호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망각하지 않는 인터넷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직업

 

“인터넷은 결코 망각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우리는 죽은 뒤에도 온라인상에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러한 흔적을 정리해주는 사람으로서, 단순한 데이터 삭제를 넘어 인간의 존엄과 기억을 다루는 정서적 노동자입니다.

앞으로 디지털 장의사는 더욱 보편적인 직업이 될 것이며, 각 가정과 사회에서도 ‘디지털 죽음’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고민하는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적인 배려로 이어질 때, 우리는 진정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