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생애의 절반 이상을 온라인에서 살아간다.
사진을 올리고, 메시지를 남기고, 동영상을 찍고, 메모를 저장하고, 중요한 파일을 클라우드에 올리며, 디지털 공간 속에서 또 하나의 자아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죽음 이후 그 디지털 자아, 즉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이
어떻게 관리될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 결과 수많은 계정, 메시지, 영상, 그리고 개인 정보가 사후에도 방치되거나 유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유족들이 이러한 자산을 정리하거나 접근하려고 할 때 기술적·법적·정서적 문제들이 얽혀 큰 혼란을 겪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유산 관리’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기술기업이 아니라, 인간의 기억과 관계, 죽음 이후의 존엄성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하며 서비스를 설계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유산 관리의 대표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는 혁신적 스타트업 서비스 5곳을 깊이 있게 소개하고, 그들의 기술, 기능, 서비스 철학까지 자세히 분석해본다.
GoodTrust – 사후 계정 자동화 처리 플랫폼의 대표주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GoodTrust는
디지털 유산을 기술적으로 가장 체계적으로 처리하는 종합 플랫폼이다.
이 서비스는 생전 설정을 통해 사후 개인의 디지털 자산을 법적·기술적으로 자동 처리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주요 기능
-생전 구글, 페이스북, 링크드인 등 주요 계정을 사후 처리 시나리오에 따라 자동 관리
-영상 유언장(Video Will) 녹화 기능을 제공하여 감정적 메시지도 함께 남길 수 있음
-특정 데이터는 삭제, 특정 파일은 유족에게 자동 전달, 특정 계정은 비공개 전환하는 등
맞춤형 자산 처리 시나리오 설정 가능
-생전에 지정한 ‘디지털 관리자’(Legacy Contact)에게 사망 시 자동 알림 발송
서비스 철학
GoodTrust는 디지털 자산을 단순한 ‘파일’이 아닌, 사후에도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삶의 흔적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삭제, 공개, 전달 같은 각 단계는 모두 ‘생전 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실제 사용 예
사용자는 클라우드나 SNS 계정들을 연결하고
‘내가 사망한 뒤’ 누가 어떤 정보에 접근할지 세밀하게 설정한다.
사망이 확인되면 GoodTrust는 법적 사망확인서를 바탕으로
사전 설정한 대로 자동으로 계정을 정리하거나 콘텐츠를 유족에게 전달한다.
GoodTrust는 디지털 유산 관리의 자동화 표준을 만든 선구적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Afternote – 기억과 감정 중심의 디지털 자서전 서비스
네덜란드에서 출발한 Afternote는 기술보다 감정과 기억의 전달에 초점을 맞춘 독특한 서비스다.
이 플랫폼은 사망 이후 유족에게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달해주는 디지털 자서전 플랫폼이다.
주요 기능
사진, 영상, 글, 음성 등을 업로드하여
사후 유족에게 전달될 ‘디지털 타임캡슐’을 구성할 수 있음
‘사망 후 공개’ 기능을 통해 생전에 준비한 메시지나 영상이
특정 날짜 또는 사망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자동 발송
공개 범위와 수신인을 사용자가 자유롭게 설정 가능
유족 전용 ‘기억 페이지’를 생성해 추모 공간으로 활용 가능
서비스 철학
Afternote는 디지털 유산을 정서적 상속의 도구로 바라본다.
단지 사진 몇 장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실제 사용 예
예를 들어, 한 사용자가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을 영상으로 녹화하고
사망 이후 자녀들에게 자동 발송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생전에 아버지로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정리한 글들을
자녀만 열람 가능하도록 설정해둘 수 있다.
Afternote는 기억을 상속하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감성 중심 서비스다.
Clocr (Cloud Locker) – 디지털 상속을 위한 보안 금고 플랫폼
Clocr는 미국 텍사스에서 시작된 보안 중심의 디지털 유산 금고다.
이 플랫폼은 민감한 디지털 정보와 문서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사망 이후 정해진 상속자에게 자동 전달되도록 설계된 서비스다.
주요 기능
암호화된 클라우드 보관소에 계정, 비밀번호, 금융정보, 보험증서 등을 저장
생전 설정한 ‘디지털 상속 관리자’가 사망 후 법적 증빙을 제출하면
지정된 파일 및 정보에만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디지털 유언장 템플릿 제공, 변호사와 연계된 공증 서비스도 가능
의료 기록, 보험 서류, 부동산 서류 등 비디지털 자산 문서도 함께 관리
서비스 철학
Clocr는 "디지털 자산의 보안은 상속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사용자가 사망한 후에도 민감한 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되며,
지정된 상속인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안 체계를 강화했다.
실제 사용 예
한 가족이 사망한 아버지의 암호화폐 지갑에 접근하려고 할 때,
Clocr를 통해 저장된 개인 키와 지갑 복구 방법을 받아
안전하게 상속 절차를 진행한 사례가 있다.
Clocr는 가족 중심의 실무적 디지털 상속을 고려한 실용형 플랫폼이다.
Memorialize & Heirloom – AI와 블록체인을 활용한 미래형 기억 설계 플랫폼
디지털 유산 관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두 개의 혁신 서비스가 있다.
바로 AI 기반 Memorialize와, 블록체인 기반의 상속 플랫폼 Heirloom이다.
Memorialize: AI 추모 인터페이스
사용자가 생전 남긴 글, 음성, 영상, 성향 등을 바탕으로
AI가 추모 아바타를 생성
유족은 고인의 데이터로 생성된 가상 인물과 대화하거나,
고인의 말투,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디지털 기억 공간을 경험
Memorialize는 "기억을 단순히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서비스"다.
Heirloom: 블록체인 기반 유언 실행 도구
사용자가 작성한 디지털 유언장을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 형태로 등록
사망이 확인되면, 유언장에 명시된
계정 삭제, 콘텐츠 이관, 자산 분배 등이 자동으로 실행됨
위·변조가 불가능하여 법적 안정성이 높음
Heirloom은 미래지향적인 ‘디지털 상속 자동화 프로토콜’을 실현하고 있다.
결론: 디지털 유산, 준비하지 않으면 책임이 된다.
디지털 유산은 이제 더 이상 기술 전문가나 일부 연예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매일 남기는 디지털 흔적은 그 사람의 삶과 죽음을 함께 담는 정보 자산이며,
이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남겨진 사람들에게 큰 짐이 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한 5개의 스타트업은 기억, 감정, 법률, 보안, 기술, 윤리를 통합한 새로운 ‘사후 설계’의 모델이다.
GoodTrust | 계정 자동화, 영상 유언장 | 전체 디지털 자산 정리 희망자 |
Afternote | 감성 메시지, 타임캡슐 | 가족에게 감정 전달 희망자 |
Clocr | 암호화 보관, 실물문서 저장 | 실용·보안 중심 이용자 |
Memorialize | AI 기억 대화 인터페이스 | 기술+추모 경험 원하는 사용자 |
Heirloom | 스마트 계약 기반 유언 실행 | 디지털 상속 자동화 희망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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